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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구 대한건설협회 회장이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취임 2년차인 올해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사진=대한건설협회 제공 |
한국 건설업계가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건설산업을 옥죄는 악재들로 인해 중견ㆍ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연일 부도ㆍ폐업 소식이 들려온다. 올해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할 것으로 보이면서 건설업계의 가시밭길 행보가 예상된다.
지난해 3월 4일부터 전국 1만3000여 개 종합건설업체의 수장직을 맡고 있는 한승구 대한건설협회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한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심정와 각오를 전했다. 한평생 건설인으로 살아온 경험과 열정을 바탕으로 건설산업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승구 회장은 “취임 2년차인 올해엔 침체된 건설경기의 위기 극복, 적정공사비 확보, 건설산업 이미지 개선 등 건설산업 활성화에 총력 대처하겠다”며 “건설업계 현안을 담은 10개 중점사업이 좀더 성과를 내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취임 1주년 소회를 밝힌다면.
△ 작년 3월 대한건설협회장으로 취임한 후에도 건설업계를 옥죄는 악조건들이 여전하다. 국제적 분쟁은 지속되고 있고 고금리ㆍ고물가ㆍ고환율의 3중고, 원자재 수급불안 및 가격상승에 따른 공사비 상승, 부동산 PF부실 위기,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건설업계의 현안을 10개 중점사업으로 나눠 작년 5월에는 ‘중점사업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맹성규 위원장 주최로 올 2월에는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와 건설안전을 위한 토론회’도 개최하는 등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알리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실행해 왔다.
이런 노력은 서서히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가고 있는 중이다. 일반관리비율 최대 2%p 상향, 공사비 단가 심사기준 강화를 통한 낙찰률 1.3∼3.3%p 인상, 총사업비 물가조정 기준 개선 등으로 공공공사 수익성 기반을 조성했다.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청년, 여성 등 우수인력 유입과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이를 해결하고자 건설산업 이미지 개선 협의체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도 건설업계의 수장으로서 취임 1년간 경험을 바탕으로 건설업계의 불합리한 규제와 제도 개선사항 등이 국회 입법을 통해 마무리될 수 있도록 16개 시도회장들과 함께 고군분투하겠다.
▲ 회원사 대다수인 중소 건설업체들을 위한 방안은.
△ 중소업체들이 공공공사 의존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때문에 공공공사의 수익성 확보가 급선무다. 그중 300억원 미만 중소형 공사의 수익성 확보는 요원하다. 실제로 300억 이상 종합심사낙찰제ㆍ종합평가낙찰제 공사의 경우 낙찰률이 90%를 상회하는 등 원가상승분이 투찰금액에 일정 부분 반영되고 있다. 반면 300억 미만은 경직적인 가격결정 구조, 치열한 경쟁으로 80% 초반대 낙찰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취임 후 ‘중소형 공사 수익성 확보’를 중점사업 1번 과제로 선정했다.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공사비 현실화를 꾸준히 건의해 왔으며, 기획재정부는 이를 다수 받아들였다. 행정안전부도 건설경기 침체상황을 감안해 올 2월부터 운영 중인 민관합동 TF를 통해 낙찰률 상향 등 적정대가 지급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적정공사비 확보는 시설물의 품질ㆍ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조속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정부ㆍ국회 설득에 총력을 다하겠다.
▲ 대형 국책사업 유찰을 막기 위한 노력은.
△ 국책사업 좌초는 인프라 공급지연에 따른 국민 불편ㆍ위험 가중은 물론이고, 건설투자로 민생경제를 회복하고자 하는 정부계획에도 막대한 차질을 유발한다. 최근 3년 간 턴키 등 기술형 입찰의 유찰률은 건수 기준 67.8%, 금액 기준 84.4%에 달한다. 이런 현상은 비기술형 대형 국책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자재ㆍ인건비 상승과 규제 강화로 시공비용은 늘어가는데 공사금액은 예산의 미확보로 턱없이 낮게 책정되면서 건설업체들이 입찰을 꺼리고 있는 탓이다.
올해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총사업비 현실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가ㆍ지방재정법상 안전ㆍ품질을 고려한 총사업비 적정 산정의무를 신설하고, 개별 프로젝트 특성에 맞춰 총사업비 세부산정지침이 마련되도록 힘쓰겠다. 물가변동에 따른 총사업비 조정제도의 유연성 확대 등 다양한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 민간투자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성과는.
△ 민간투자사업은 지난 30여년 동안 공공공사와 함께 사회기반시설(SOC)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제도 개선에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수차례 건설업계 간담회, 대정부ㆍ국회 건의 등을 통해 의견이 반영된 민간투자 활성화방안(2024년 10월 2일)과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 개정(2024년 10월 14일)을 이끌어 냈다.
구체적으로 민간투자사업 기부채납 시 취득세 감면연장을 지속 건의한 결과, 기존 2024년 말에서 2027년 말까지 3년을 추가로 연장(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하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2021∼2023년 동안 급등한 공사비로 인해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익형 민간투자(BTO)사업과 임대형 민간투자(BTL)사업의 총사업비 조정특례도 마련했다. 이에 BTO사업은 지난해 10월 14일 기준 실시협약 미체결 건에 대해 총사업비의 최대 4.4%를 추가 반영할 수 있게 됐으며, BTL사업은 2022년 12월 31일 이전 최초 고시돼 협약이 체결된 건에 대해 가격산출기준일로부터 고시일까지 물가변동분의 50%를 추가반영할 수 있게 됐다.
▲ 건설업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은.
△ 작년 3월 취임 시에는 건설업계 4월 위기설이 돌 만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를 돌이켜 보면 부동산 PF 부실로 금융권에서는 대출제한 조치를 강화하였고, 건설업체들의 회사채 발행도 크게 부진한 등 유동성이 메말라가면서 많은 건설업체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쳐했다. 이에 협회는 국토부는 물론 금융위, 금감원 등 금융 유관기관과 협의해 유동성 지원 확대 및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미분양 주택 문제 해소를 위한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2025년 2월 19일)을 통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직접 3000가구 규모로 매입하기로 하는 등 성과를 이끌어냈다. 또한 정부는 회사채 매입, P-CBO 등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통해 건설사에 최대 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다. 건실한 건설업체들이 일시적 자금난으로 인해 부도, 폐업 등 위기를 겪지 않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유동성 확대방안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
▲ 건설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행보는.
△ 건설산업이 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우수인력 유입이 필수적이다. 불행하게도 건설산업은 3D산업이라는 인식과 부정적인 이미지 속에서 젊은층이 사라지면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산업으로 전략하고 있다. 이에 취임 후 가장 먼저 미래건설 기술인 양성기반 마련과 건설산업 이미지 개선을 협회의 중점추진 과제로 선정해 실행방안을 고민해 왔다. 때마침 정부, 협회, 학계, 연구계, 외부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건설업 이미지 개선 협의체인 ‘건설동행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건설동행위원회는 4개 분과 위원회(제도개선, 사회공헌ㆍ청렴, 기술혁신, 근로개선)가 구성돼 있으며, 분과별로 중장기 로드맵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올 4월 후에는 이미지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산업을 ‘일하고 싶은 산업’, ‘젊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 단체, 한 개인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건설인들이 하나의 뜻과 하나의 마음으로 따뜻한 애정과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줄 때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건설자재ㆍ인력의 수급 안정을 위한 방안은.
△ 코로나 팬데믹 후 상황은 건설자재 수급불안은 연쇄적 파급효과로 일으켜 단지 건설산업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이에 협회는 수급불안 해소를 위해 자재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업계간 수급협의체 운영을 건의했고, 정부는 이를 반영해 작년 10월 건설 공사비 안정화 대책에 자재 수급 안정화 협의체 운영방안을 포함했다.
청년층의 건설현장 기피, 근로자 고령화로 인한 내국인력 확보 한계와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외국인력 활용도 어려워 많은 건설현장이 인력난에 처해 있다. 협회는 건설현장 신규인력 진입을 촉진하고 외국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정부는 숙련 내국인력 확보를 위해 기능등급제가 현장에서 적극 활용되도록 우대 인센티브를 마련하기로 했다. 업무강도, 위험도가 높아 내국인이 기피하나 숙련도가 필요한 공종에 대해선 숙련기능인 비자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건설현장의 인력수급 문제가 다소나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 해외건설 활성화를 위한 해법은.
△ 한국 건설업체들은 대형뿐만 아니라 중견ㆍ중소업체들도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국내 부동산 경기위축에 따른 경영위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중견ㆍ중소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이 급격한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 확대, 현지국 세금환급 어려움 등으로 수익성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다. 이에 협회는 올 1월 EDCF 사업의 제도개선을 위해 기재부, 한국수출입은행과 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관련 내용을 건의한 바 있다.
중소업체의 경우 해외시장을 진출하고 싶어도 해외 네트워크나 노하우, 정보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회는 4월 아시아ㆍ서태평양 지역 17개국의 업체들과 건설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제47차 이포카(IFAWPCA) 싱가포르대회’에 한국 대표단으로 참가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한국 건설산업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업체들이 해외 건설업체들과 직접 대화하고 정보공유 및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 취임 2년차인 올해 중점 추진하는 사업과 방향은.
△ 2025년도에도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고, 이에 최근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5%로 하향조정했다. 2023년 건설수주 급감의 영향이 작년 하반기와 올해에 걸쳐 나타나면서 2025년 건설투자 또한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난 1년간 경험을 바탕으로 회원사의 권익보호와 건설산업 발전에 더욱 힘쓰겠다.
구체적으로 건설투자 활성화를 통해 침체된 건설경기 회복을 꾀하겠다. 추경예산 조기 편성, 내년도 예산 편성 시 SOC 투자 확대를 통한 물량창출, 건설기업 유동성 해소를 위한 자금공급 지원 확대 등에 주력하겠다.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절차 간소화, 정비사업 용적률 상향, 기업구조조정(CR) 리츠 활성화, 주택시장 수요회복 위한 규제 완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공사비 현실화 등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제들을 해결해 물량이 건설업계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공사비 현실화를 통한 건설시장 정상화에 노력하겠다. 장기계속공사 총공사기간 연장 시 추가비용 미지급 개선, 중소형 공사 98% 미만 투찰 시 낙찰배제 적용 확대, 현장관리기술자 인건비 직접계상 기준 마련 등으로 제값받고 제대로 일하는 환경을 반드시 조성하겠다.